들어가며
어느덧 4학년 안드로이드와 친해진 지 3년 정도 돼가던 해, 졸업이 눈앞에 보여 마음이 급한 대학 동기들끼리 여러 취업 공모전과 행사 소식을 소개해주고 있었고 그중 네이버 핵 데이를 무조건 해보라고 추천해 줘서 알게 되었다. 핵 데이에 지원하기 전 앱 개발 챌린지 공모전에서 3번 정도 탈락을 해서일까? 2020년 하반기 네이버 핵 데이에 큰 기대 없이 지원했고 코딩 테스트를 본 것만으로 만족했었다. 지원하고 나서도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탈락했으면 좋겠다는 나쁜 생각도 했다. 결과 발표 날까지 시간이 꽤 있었고 그 시간 동안 iOS 등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머릿속에서 잊혀갈 무렵 합격 메일을 받았다. 너무 좋았다. 드디어 나에게도 합격이. 그것도 네이버에서
참가 주제
네이버 핵데이는 진행하는 프로젝트 주제를 알려주고 원하는 주제를 신청한다. 분야는 Android, iOS, Web, Back_end 등 다양하다. 지원 서류에서 참가 주제에 대한 관련 기술을 서술하는 문항이 있어서 졸업 작품에서 음성 챗봇 기능을 구현한 것을 고려하여 음성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캘린더 일정 관리 앱 개발을 지원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관련이 있다고 서술한 기술 경험도 결국 이미 제공해 주는 라이브러리를 갔다가 쓰기만 한 거라 모른다고 봐야 하고 막상 프로젝트로 진행하면서 사용했던 기술들을 보면 전혀 관련이 없었다. 이 주제에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지만 관련 경험이 없다고 원하는 주제를 포기하는 선택은 다음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핵 데이 진행
이번 네이버 핵 데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상인 코로나로 인해 5월 6일 ~ 5월 22일 16일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멘토님의 제안으로 팀원과 멘토님과의 의사소통은 슬랙으로, 개발 흐름은 Git Flow와 칸반 보드, 개발 관련 문서는 Google Drive에, 중요한 회고나 회의는 구글 행아웃으로 진행했다. 초반에는 여러 곳으로 분리가 되어 있어 불편하게 생각했던 환경들은 마지막에 돼서야 오직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오래 스터디를 진행하셨던 멘토님의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 신입의 가장 중요한 것이 질문을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핵데이에서 멘토님은 우리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려고 노력하셨다. 개발에 관련하여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하여 문서를 남기는 규칙이 있었고 16일이라는 짧은 개발 기간으로 인해 1시간 이상 고민하지 말라는 규칙도 정해주셨다. 1시간 이상 고민하고 답이 안 나오면 질문을 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개발에 집중하라는 멘토님의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네이버 개발자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멘토님의 한 마디는 무겁게 느껴졌고 이성적으로 말씀하시는 멘토님의 말투가 초반에는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규칙을 못 지켰다. 다음에는 질문을 많이 해야지..
작성한 코드는 바로 release 되지 않고 멘토님의 코드 리뷰를 거쳐 approve 받아야 최종적으로 master 브랜치에 merge가 된다. 핵데이를 진행했던 첫 번째 주에는 코드 리뷰에서 코드 컨벤션이 전반적으로 지켜지지 않아 가독성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올리는 코드마다 대부분 리젝을 받았다. 처음 코드 리뷰에서부터 리젝을 당하면서 멘토님이 큰 실망을 하셨을 거란 생각에 그다음부터는 멘토님의 칭찬을 듣자는 것을 목표로 두고 개발에 임했다. 생각 없이 코드 작성했던 지난날을 반성하여 코드 작성하는 내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떤 날은 새벽까지 개발하고 나서 꿈에서까지도 코드를 작성했다. 꿈에서는 정말 획기적인 구조라고 느꼈는 데 잠에서 깨고 나니 기억이 안 났다.
개발은 21일 되고 나서야 종료가 되었다. 비록 기존 목표로 정했던 기능을 완전히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날까지도 새벽까지 잠을 안 주무시고 개발에 임하는 팀원분들의 모습들을 보면 핵 데이 주제에 대한 기능 구현은 못했어도 각 개인의 열정이라는 기능은 모두 구현된 것 같다.
HackDay 기간에 얻은 것
핵 데이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인연이다. 같은 Android 개발자를 꿈꾸는 팀원분들과 질문을 마음껏 하시라고 하셨던 멘토님. 대학교에서 친한 사람들 중 Android를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쓸쓸했었는 데 이 기회로 4분이나 알게 되었다. 나에겐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가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데 이번에 알게 된 4분 모두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다. 핵 데이를 끝으로 인연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Android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향성을 알게 되었다. 유명한 라이브러리들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왜 그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지 비슷한 라이브러리들 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좋은 지와 협업 과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과 여러 가지 개발 방법론과 개발 패턴들. 멘토님의 조언을 듣고 나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공부들을 다시 시도하여 기초를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왜 사용을 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많이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말투, 마음 가짐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말투에서 사람이 보인다고 하듯이 멘토님이 강조하시던 '열심히'와 '~ 같습니다' 자신의 말 끝을 흐리는 애매한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어떤 일에 대해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어떤 이유에 대해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내면 속 따듯함을 간직하신 멘토님의 완벽한 모습을 앞으로 따라 해 볼 생각이다.
Hackday 기간에 얻지 못한 것
얻지 못한 것은 모험심이다. 핵 데이 참여가 확정되고 나서 혼자 주제에 대해 예습을 해본 적이 있다. 캘린더는 물론 머신러닝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는 데, 파이썬이라는 언어를 몰라서 인지 튜토리얼이라고 쉽게 설명해 주는 문서들도 아무리 봐도 알지 못했다. 머신러닝을 위한 파이썬 개발 환경 설치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블로그나 문서 등을 찾지 못해서 나는 못하는 분야라고 단정 지었다.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험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할 분담을 위해 팀원끼리 안드로이드와 머신러닝 분야를 정하던 때에도 안드로이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미리 어려울 거야 판단하고 팀원에게 떠밀었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머신러닝 분야를 맡았던 팀원분들께 항상 죄송했다.
Hackday 기간에 가장 감명 깊었던 것
코드 리뷰에 대해서 approve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다. 멘토님이 말하신 대로 기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너무 바쁘셔서 코드를 세세하게 보지 못해 approve를 해주셨다고 했지만 멘토님에게 인정을 받은 듯한 느낌이 행복했다.
다른 사람은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감명받은 것은 마지막 회고 오프라인 모임에서였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기를 머뭇 거리던 때 2주 동안 온라인으로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었는 데도 별 거 아니라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나쁜 거라고 그 한 문장을 가슴속에 담아 두었다. 듣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색한 술자리에서 말을 별로 못 하는 편이라 답답하게 보일 수 있었는 데 따듯하게 말씀 걸어주시고 하는 모습들이 기억이 난다.
전체적인 프로젝트 후기
핵 데이를 지원할까 말까 고민하던 때에 꼭 추천했던 동기의 말이 기억나 용기 내 참여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 말을 내가 여러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 든든한 멘토가 필요하다면 개발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더 나아가 취업을 원한다면 네이버 핵 데이에 지원하는 것을 무조건 강추한다. 운 좋게 좋은 팀원분들과 멘토님을 만나 핵데이 기간 동안 너무 값진 경험을 얻었고 앞으로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멘토님 팀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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